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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특별인터뷰] 金仁浩 시장경제연구원 이사장 - 문재인 정부 경제팀은 사회주의적 사고로 시장을 봐
매체명   월간조선 발행일자   2018/05/23 조회수   0
 

[특별인터뷰]金仁浩 시장경제연구원 이사장

문재인 정부 경제팀은 사회주의적 사고로 시장을 봐

월간조선 18년 6월호
 글 : 정혜연 기자


⊙ 정부가 이상사회를 건설할 수 있다는 생각은 치명적 자만
⊙ 기업의 경쟁력을 키우는 방법… “그냥 내버려 둬라”
⊙ ‘대기업, 손 좀 봐야겠어’ 전제 깔고 시작하면 안 돼

 

김인호 시장경제연구원 이사장에게 인터뷰 전에 자세한 내용의 질의서를 건네지 못했다. ‘즉석에서 여쭤보는 것이 더 많을 것’이라고 했는데, 김 이사장은 기자의 질문에 단 한 번도 망설인 적이 없었다. 평소 그가 가진 경제에 대한 신념, 철학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인터뷰였다. 현장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김 이사장과의 대화를 최대한 진솔하게 싣기로 했다. 김 이사장에게 ‘문재인 정부 1년의 총평’을 묻자 이런 답이 돌아왔다.

 “박정희 대통령부터 김영삼 정부에 이르기까지 두루 관료생활을 했고 그 이후 민간에서 주로 연구활동을 했지만, 정부에 있을 때나 밖에 있을 때나 항상 정부에 대해 필요한 고언은 마다하지 않았어요. 박근혜 정부 때 한국무역협회장을 했는데, 가장 비판적인 얘기를 많이 했습니다. 문재인 정부만 잘못 한다고 말할 생각이 없어요. 다만, 문재인 정부와는 경제에 대해 깊은 얘기를 나눌 기회가 없었습니다.”

-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을 때 무역협회장이셨잖아요. 그런데도 교류가 없었나요.
 “새 정부가 구성되면 전에는 대통령이 주요 경제단체를 방문해서 기업인들과 대화를 나누고, 경제장관들과 경제단체장들이 상견례도 하고, 의견 교환도 하는 것이 관례인데 한 적이 없었어요. 제가 떠난 이후 했는지는 모르지만. 일자리창출위원회의 이용섭 부위원장이 각 경제단체장과 번갈아 간담회를 가진 것과 산업부장관이 무역협회 회장단과 만난 것이 전부예요.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자 시절에 했던 선거공약, 인수위 격인 국정기획위원회가 발표한 국정운영방향, 최근의 주요경제현안인 일자리창출정책, 최저 임금 상향조정 정책, 재벌정책 등을 보면서 느끼는 점을 이야기 할게요.”

일자리는 정부가아니라 기업이 만드는 것
  신중하고 굉장히 합당한 얘기였다. 김인호 시장경제연구원 이사장이 정부의 경제에 대해 총평을 하기에 적합한 분이라고 생각한 것은 그가 걸어온 50년의 길 때문이다. 행정고시 4회 출신인 김 이사장은 1967년 경제기획원 사무관으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해 경제기획원 물가정책국장, 경제기획국장, 차관보, 대외경제조정실장, 환경처 차관, 한국소비자보호원장, 철도청장, 초대 장관급 공정거래위원장, 장관급 경제수석비서관 등 30년 이상 공직에 있으면서 경제정책 입안의 핵심적 직책을 역임했다. 공직에서 떠난 이후에도 국가경영전략연구원장, 중소기업연구원장, 정부의 소비자정책위원회와 중장기전략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아 민간에 있으면서도 경제정책입안에 깊이 관여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을 당시 제 29대 한국무역협회장을 맡고 있었다. 그는 임기가 넉 달 남은 지난해 11월, 문재인 정부와 기조가 맞지 않는다며 무역협회장직을 던졌다.

김인호 이사장은“문재인 정부에서 시장에 대한 논의가 애당초 없다, 기업을 잘 되게 하는 데 관련된 이야기가 없다”며 말을 시작했다.

  “시장과 기업에 관한 논의가 없는 한, 경제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정부 일을 할 때나 정부를 나와서 시간이 지날수록 시장의 중요성을 절감합니다. 더하여 큰 틀에서의 기본적인 정책 방향이 저의 생각과 많이 다르다고 느낍니다.”

- 어떤 말씀인지요.
  “문재인 경제정책의 기본은 ‘국민의 삶을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최저임금 인상이 나오고, 정부가 직접 고용 창출을 하겠다는 정책이 나오는 겁니다. 그런데 동서고금 역사상 국민의 삶을 책임져 준 정부는 존재한 적이 없고, 현재에도 없고, 앞으로도 없습니다.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의 근본적 문제는 바로 여기서 출발합니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하이에크(F. Hayek)는 정부의 기능에 대한 이런 생각, 즉 ‘정부가 이상 사회를 건설할 수 있다는 믿음’을 ‘치명적 자만’이라고 했습니다. 이 정부가 이 ‘치명적 자만’에 빠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모든 문제가 여기서 생깁니다. 이렇게 되면 정부가 국민의 삶을 위해서 필요하다면 시장이나 개인과 기업의 활동에 거의 무제한 관여하겠다는 생각이 들게 마련입니다.”

- 박정희 정부 시절에도 국민을 끌어가지 않았습니까.
  “배경과 상황이 다릅니다. 박정희 정부 시절에는 우리나라에 산업이라는 것이 거의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절대적인 공급 부족 경제상태였고 당연히 소비자 선택의 여지도 거의 없었어요. 다시 말하면 시장 형성 이전의 경제상태여서 시장의 기능을 통해 경제문제를 푸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했어요. 그래서 정부가 나서서 산업을 키우고 시장을 형성하는 과정을 시작했던 거예요. 시장의 조성 정도에 따라 정부의 역할을 줄이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국제 사회 역시 당시 우리나라를 개발도상국으로 보고, 많은 예외와 특혜를 인정해줬어요.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죠. 이미 국민 경제의 대부분이 수급균형을 이뤘고 충분한 시장이 존재하고 있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는 어떤 정책도 쓸 수 없는 상황입니다.”

- 정부가 국민의 삶을 책임진다. 예컨대 정부가 단번에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것이 어불성설이란 말로 들립니다.
  “그걸 할 수 있는 정부가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일자리는 정부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만드는 겁니다. 이용섭 부위원장과 간담회를 가졌을 때 저는 ‘일자리를 만드는 건 좋은 거다’했어요. 그런데 일거리가 있어야 일자리가 만들어지지요. 일거리는 그대로인데, 일자리를 만들자는 것은 일자리를 나누자(share)는 것밖에 되지 않지요. 그런데 일거리를 정부가 만듭니까? 아니죠. 기업이 만듭니다. 그럼 기업은 왜 일거리를 만듭니까? 수요가 있으니까 만드는 겁니다. 일거리를 통해서 만들어 낸 제품 혹은 서비스를 사는 사람이 있을 때 일자리가 생기는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이용섭 부위원장한테 말했어요. 대통령집무실에 설치하는 ‘일자리 창출 차트’ 옆에 ‘기업 규제 완화’ 차트도 같이 세워 놓으라고요. 일자리를 만드는 기업들에게 물어보면, 만날 규제 완화 해달라고 하지 않습니까. 일자리가 그렇게 소중하다면 일자리 창출의 주체인 그들이 그렇게 원하는 규제 완화도 같이 해주라고요. 그래야 제대로 된 일자리가 창출되지 않겠느냐고요. 제 얘기를 거의 모든 언론이 받은 것 같은데, 규제 완화 차트 만들었다는 얘기는 아직도 못 들었어요.”

- 왜 그럴까요.
  “글쎄요. 규제를 완화할 생각이 없으니까 그럴까요?”

이미 오류로 입증된 것을 가지고 경제를 운용하는 문재인 팀

- 국민의 삶을 책임진다는 사고의 최저임금 인상도 꺼내 들었습니다.

  “임금을 누가 줍니까? 기업이 주는 겁니다. 그러나 사실은 기업의 제품을 소비하는 소비자들이 주는 것이죠. 경제에 있어 최종 의사 결정권자는 소비자입니다. 정부나 기업이 최저 임금을 올려 주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올려 주는 겁니다. 소비자가 높아진 임금 수준을 지탱할 수 있는 가격 수준에 동의한다는 전제가 설 때 임금의 인상은 가능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기업은 높아진 임금만큼 고용을 줄일 수밖에 없습니다.
즉 기업이 활성화돼야 임금이 늘고, 그 기업이 활성화되는 근본 원리는 소비자로부터 더 많이 선택을 받는 것, 그리고 수요자에게 선택받기 위해서는 기업이 경쟁력 있고 값싼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조건이 성립되지 않는 한, 그 어떤 임금 인상 정책도 궁극적으로 존립할 수 없습니다. 그러지 않아도 존립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면 그건 바로 사회주의적 사고방식입니다. 100년에 걸친 사회주의, 공산주의의 실험은 실패로 끝났어요. 거대한 사기극이라는 것이 드러났습니다.”

- 문재인 정부 경제팀은 사회주의입니까.
  “스스로 사회주의라고 안 하니까. 사회주의적이라고 해두죠.  정확하게 학문적으로 말하면 자유주의의 반대는 평등주의입니다. 이 경우 평등은 결과의 평등을 말합니다. 흔히 정치인들이 국민은 평등해야한다는 그 평등은 결과의 평등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기회는 평등해야 하지만 경제에 기여한 정도에 따라 인센티브가, 즉 적절한 보상이 이뤄지고 잘 못한 사람에게는 페널티가 부과돼야 한다고 생각하면 이것은 자유주의 사상이에요. ‘정부가 국민의 삶에 대해 책임을 진다?’는 선한 마음으로 시작합니다. 그러다 보니 눈에 거슬리는 게 많아. 하나씩 다 없애고 싶은 유혹을 느끼게 되고 국민의 경제생활에 무제한한 관여를 시작하게 됩니다. 비록 세상에 모순이 있더라도 시장을 통해서 점진적 개선의 형태로 가야한다는 것이 자유주의, 시장주의, 개인주의적 발상이지요.”

- 사회주의적 발상으로 경제를 접근하면 어떤 문제가 생기나요.
  “사회주의는 개인의 자유와 행복은 ‘전체’를 위해서라면 언제든 희생당할 수 있다는 사고에 입각하고 있는데 이런 생각은 인간의 본성, 정부의 기능에 대해 치명적으로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고 그래서 이런 생각을 갖고 경제를 운영한 어떤 나라도 성공한 예가 없다는 것은 아까 이야기한 바와 같이 역사가 이미 증명하지 않았나요.”

- 문재인 정부가 기업활성화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 것입니까.
  “경제학은 경험 과학입니다. 경제의 운영을 통해 오랜 시간 축적된 것의 공통 원리를 찾아 이론화하고, 그것을 정책입안에 적용하는 것입니다.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 중 아무도 경험한 바 없거나 이미 오류로 입증된 것을 가지고 경제를 운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중국조차 시장경제 한다고 하지 않나요. 중국 사람들이 가장 기절하는 얘기가 뭔지 아십니까?”

- 뭔가요.
  “가끔 미국이 심심해서 중국한테‘너희가 무슨 시장경제 하는 나라야’라고 말하면 기절합니다. 중국은 일당 독재 정치를 하는 사회주의국가이지만 경제만큼은 자유시장 원리를 따른다고 하고 있어요. 사회주의 경제로 성공한 예가 없다는 걸 너무 잘 알기 때문이죠.”

소득주도 성장론, 말할 시점이 아니야
  김인호 이사장은 스스로를 ‘시장주의자’라고 일컫는다. 그는 그의 이러한 생각이 책을 읽어서가 아니고 경제 관료로 공직에 있었던 30년, 또 공직을 떠나 민간에서 활동한 20여년에 걸친 경험 끝에 도달한 결론이라고 말한다. 그런 그는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에서‘시장’이 실종된 것을 보면서, 시장에 대한 최소한의 탐구가 사라진 것을 보면서 착잡해 하는 듯 했다.

-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소득주도 성장론’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주장할 수 있고, 일부 동의하는 부분도 있어요. 그런데 소득주도 성장 정책이 경제운영의 기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소득주도 성장의 정확한 명칭은 임금주도 성장론입니다. 임금을 많이 주면 소득과 소비가 늘고, 이것이 기업의 활동을 자극할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 경제가 당면한 본질적 문제는 수요 부족이 아닙니다. 진정으로 우리 경제가 당면한 심각한 문제는 경쟁력, 즉 기업의 국제 경쟁력의 문제입니다. 전(全) 세계 기업과의 경쟁을 통해 기술과 산업이 앞서 나가면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경제의 선순환구조를 만드는 데 성공하지 못하고 있는 거예요. 노키아, 모토롤라가 실패를 여실히 보여주지 않습니까. 임금주도 성장론이 우리 경제의 이런 본질적 문제에 대한 답이 될 수 있을까요?”

- 어떻게 기업의 경쟁력을 키울 있습니까.
  “그냥 내버려두면 됩니다.”

- 그냥요?
  “세금 잘 내고, 나쁜 짓 안하면, 그냥 마음껏 뛰놀게 내버려두면 돼요.”

  김인호 이사장은 단호했다. 너무 우문을 던진 것이 아닌가 싶어 머쓱해질 때쯤, 김 이사장이 경험담을 풀어놨다.

“몇십 년의 제 경험입니다. 경제기획원에서 과장일 때 막 현대가  세계 자동차 산업에 진출하겠다’고 할 때예요. 저는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세계에서 자동차를 만들 수 있는 나라는 다섯   뿐이었어요. 자동차 산업을 하려면 적어도 국내에서 몇백만 대의 수요가 있어야 해요. 그 바탕이 있어야 국제경쟁을 시작할 수 있어요. 그런데 한국 사람들이 몇백만 대의 차를 몬다? 저는 안 된다고 봤어요. 근데 됐잖아요. 누가? 기업이 했지요. 그 때 석유화학도 시작했어요. 그때도 속으로‘석유 한 방울 안 나는 나라가 무슨 석유화학이야’라고 생각했어요.”

- 과거 경제기획원에 계실 때 착오를 인정하시는 건가요.
  “착오가 있는 정도가 아니라 너무너무 많지. 관료의 발상으로 경제가 돌아가는 게 아니라는 걸 아는데 시간이 걸렸지요. 세계가 한국이란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나라에 기름을 가져와서 정제해 석유와 석유화학 완제품을 생산해서 도로 가져 갈 줄 정말 몰랐어요. 삼성이 반도체를 할 때 반대가 얼마나 많았어요. 그 때 삼성은‘제품의 70% 이상을 수출하겠다’고 해도 그랬어요. 정말 어렵게 우여곡절 끝에 시작했어요. 누가? 기업이요. 그때 안 했으면 어찌 됐겠어요. 반도체로 먹고 사는 오늘이 있을까요.”

- 문재인 정부의 경제팀은 반(反) 기업 인사들로 포진해있는데요.
  “친(親)기업, 친노동이라고 이분법적으로 보면 안 돼요. 기업이라는 경제의 제일 중요한 실체 그 본질과 경제에 있어서의 역할에 주목해야 해요.”

공정거래위원회는 중소기업 보호기구 아니야

- 기업이 다 옳은 것은 아니지요.

  “물론 기업에 문제가 많지요. 그런데 미제스(L.V. Mises)는 ‘대기업이 실수를 범하고 비리를 저지르는 것보다 거대 정부가 국민을 위협하는 것이 훨씬 더 심각하다’고 말했어요. 그의 책을 읽어서 이런 생각을 가진 것이 아니라, 제가 경험으로 느낀 생각과 똑 같은 이야기를 미제스가 했어요.”
  대한항공 총수 일가가 하는 짓 보면 밉지. 그렇다고 해서 그 폐해를 국가가 관여해서 인위적으로 조정한다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죠. 그 기업에 대한 평가는 최종적으로 소비자가 하는 겁니다. 우리 국민을 포함한 세계 항공 수요자들이 대한항공을 더 많이 이용하는 한 회사가 살아남고 살아남아야지요. 하지만 수요자들이 대한항공이 싫다고 다른 항공사를 선택하면 결국 대한항공이 바뀔 것이고 그러지 않으면 무너질 겁니다. 기업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정부의 압박이 아닙니다. 소비자로부터 선택받지 못하는 것, 경쟁에서 탈락하는 겁니다. 결국 기업의 경쟁력은 경쟁에서 나옵니다.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요즘 아주 핫한 분이죠. 재벌규제 한다고 앞장서고 있는데요.
  “대한민국처럼 강력한 재벌규제 정책을 가진 나라가 없어요. 경쟁법, 즉 공정거래법에 따라 대기업을 규제하는 나라는 우리 밖에 없어요. 그런데 왜 재벌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질까요?”
  공정거래의 본연의 임무는 경쟁을 촉진하는 것입니다. 독점을 형성하거나, 불공정 거래 행위를 할 때 그걸 처벌하는 것이 본업이에요. 더하여 경쟁당국으로서 경쟁 주창(competition advocacy)기능에 보다 역점을 두어야 합니다. 그런데 그런 건 별로 하는 것 같지 않아요. 또 공정위는 중소기업 보호 기구가 아닙니다.”

- 경험담이신가요.
  “공정위는 경쟁자를 보호하는 곳이 아니라 경쟁 자체를 보호하는 곳입니다. 둘 사이에 중요한 차이가 있어요. 골프 경기를 봅시다. 골프는 팀이 아닌 개인의 역량이 극대화하는 스포츠 아닙니까. 왜 선수들이 기를 쓰고 할까요? 승자가 됐을 때 따르는 보상이 크거든요. 1등 상금이 100만 달러면, 2등은 대개 65만 달러 정도입니다. 50cm 퍼트 하나에 그렇게 차이가 나는 겁니다. 평등론자 입장에서 보면 이건 정말 불평등한 상금이잖아요. 운도 따르고. 만약 정부가 나서 ‘골프 상금은 1등은 50만원, 2등은 49만원, 3등은 48만원해서 참가자 전원에게 상금을 골고루 나눠 줘라’ 하면 어떻게 될까요? 누가 1등을 하려고 밤새우면서 연습을 할까요? 갤러리들이 많이 올까요? 치열하게 경쟁하지 않는데 TV 시청자들도 재미없겠죠. TV 시청률이 떨어지고, 광고가 떨어지고, 나아가 골프 산업이 망할 겁니다. 경쟁이 없어지면 그렇게 됩니다. 경쟁에 이긴 사람에게 인센티브가 따르고, 진 사람에게 패널티가 따르는 것이 당연한 겁니다. 경쟁에서 이긴 사람이나, 진 사람이나 똑같다, 아니면 진 사람을 오히려 격려(encourage)하는 사회가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게 바로 사회주의이지요. 다만 진 사람을 위해 사회안전망과 패자 부활전이 가능한 경제구조를 만들어야지요.”

재벌그룹이 자동 도태되든 살아남든 시장에 맡겨야
  김인호 이사장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두 차례 만났다고 했다. 전임 공정거래위원장들과의 상견례 비슷한 자리도 있었는데, 공정위가 경쟁자를 보호하는 기관이 아니고 경쟁 자체를 보호하는 기관이라는 자신의 얘기를 귀담아 들었는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김 이사장은 항상 즐겨 쓴다는 인용을 하며 말을 이어갔다. 이른바‘백제 멸망의 계백 장군 책임론’이다.
  “계백 장군이 황산벌 전투에서 지고 이어서 백제가 멸망했죠? 자 그럼 계백 장군이 안 졌으면 백제가 망하지 않았을까요? 아닙니다. 계백 장군이 져서 망한 것이 아니라, 백제가 망하게 됐기 때문에 계백 장군이 진 거예요. 원인과 결과를 혼동하고 있는 겁니다. 대기업문제를 볼 때도 이런 관점에서 잘 봤으면 좋겠어요. 대기업에 문제가 있다면 이것이 기업의 실패냐, 아니면 정부의 실패냐, 아니면 양면이 다 있느냐 하는 문제예요. 저는 양면이 다 있다고 보지요.”


- 어떤 양면성이 있습니까.
  “오늘날 한국의 재벌 구조는 정부와 기업의 발전 연합의 결과물입니다. 비록 부작용이 많았더라도 여태 한국경제를 이끌어 온 것이 이 발전 모델입니다. 지금 시점에서 판단해서 이 모델이 수명을 다 했다면 정부는 대기업에 대해 이런저런 요구 하지도 말고 다른 한편으로는 공정거래법, 상법, 금융관련법, 회계 준칙 등을 가차 없이 들이밀면 되는 겁니다. 거기서 살아남으면 사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자동 도태되는 것입니다. 현재의 법으로도 충분합니다.”


- 자동 도태라고 하면 대기업 입장에서도 할 말이 없겠네요.
  “경쟁을 더 강화시키는 것이 답이에요. 국내 경쟁으로 부족하면 해외 경쟁을 더 많아 도입하는 거예요. 시장을 더 활짝 여는 거지요. 대기업들의 지배구조에 직접 개입하는 것 보다는 더 심한 국제경쟁에 노출되도록 하는 것이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길입니다. 기업들이 진정 두려워하는 것은 무한 경쟁입니다. 거기서 살아남아 돌아오면 좋은 것이고.”


- 그랬다가는 자국 사업을 보호하지 않는다는 여론에 시달릴 텐데요.
  “그런 발상 때문에 경제가 안 되는 겁니다. 네덜란드가 뭐로 유명해요? 농산물이죠. 그런데 네덜란드에는 농업부가 없어요. 대신 정부의 모든 제조업, IT 정책 등이 농업과 연결이 돼있어요.”

- 마치 우리나라 여성부처럼 들리네요.
  “똑같은 거지. 일본의 오마에 겐이치(大前研一)가 ‘헤이세이 관료론’에서 이야기한 내용이에요. 일본 통산성에 주무국·과가 있는 산업 중에 제대로 되는 것이 하나도 없다고 했어요. 책을 쓸 당시 일본 제품 중 세계시장에서 펄펄 날던 것이 게임기였어요. 그럼 왜 게임기산업이 잘 되느냐. 정부에 게임기산업 담당 부서가 없어서 그렇다고 본 거죠. 우리나라 문화공보부에 바둑과가 생기는 날, 한국 바둑은 끝이라는 이야기가 되겠지요. 시장에 맡기면 됩니다.”

노무현 정부 때보다 문재인 정부가 ‘국가 이상론’에 더 다가서고 있어

- 문재인 정부 경제팀의 화두가 재벌 손보기라는 것은 익히 알려졌는데요.
  “우선 지배구조가 마음에 안 든다는 거 아닙니까. 적은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총괄하는 것이 권한과 책임의 불일치다라는 거잖아요. 맞지요. 그런데 대한민국에서 책임과 권한이 가장 일치하지 않는 곳이 어딘가요? 청와대예요. 제가 경제수석 했잖아요. 대한민국 법 어디에도 경제수석의 책임에 관한 규정이 없습니다. 그런데 정작 경제수석이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저는 안 그랬지만…. 청와대비서실은 비서조직인데, 비서한테 법률적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거예요. 그런 문제가 많은 청와대의 지배구조는 그대로 놔두고 기업의 지배구조만 계속 문제 삼는다면 기업 입장에서 뭐라고 할까요? ‘너나 잘해’라고 하지 않을까요?”
- 문재인 정부 경제팀에 참여연대 출신이 포진해 있어 말이 많습니다.
  “참여연대 출신들이 일 잘하고, 능력 있어서 썼다면 좋죠. 어디 출신이라는 것이 문제는 아닙니다. 예전에 김재익(전두환 정부 때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씨가 전두환 대통령을 도울 때 다들 의아해했어요. 김재익씨가 철저한 자유주의자거든. 그런데 문제가 있는 과정을 통해 정권을 잡은 분을 위해 일하니까요. 김재익씨를 정말 잘 아는 친구가 있는데 이렇게 말하더래요. ‘전두환 대통령은 경제에 관한 한 백지상태다. 자유주의 사상을 심어주기 위해 갔다’고요. 사실 전두환 대통령이 역대 대통령 중에서 경제에 관해 가장 자유주의적 사고를 가지지 않았나 싶어요. 전두환 대통령이 김재익 수석한테 ‘경제는 당신이 대통령이야’라고 했습니다. 얼마나 신뢰했으면 그런 얘기를 했을까요. 제가 당시 경제기획원에서 물가정책을 담당했는데, 가격규제의 대부분을 다 풀었지만 매년 1~2% 밖에 물가가 오르지 않았어요.”
- 문재인 정부와 노무현 정부는 비교가 가능합니까.
  “그때보다 훨씬 정교하게 하고 있죠. 정교하다는 뜻은 더 국가 이상론에 다가서고 있고 수단도 다양하죠.”
- 더 심해졌다고 보십니까.
  “노무현 대통령은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지 못하는 정부는 정부가 아니다’라고 했어요. 그래도 ‘국민의 삶 전체’를 책임진다는 얘기는 안 했어요.”
- 이상적 국가를 건설한다는 치명적 자만이 더 심해졌나요.
  “노무현 정부 때도 저는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정부는 지구상에 존재한 적이 없고 존재하지도 않고 앞으로 존재할 수도 없다’라고 말했어요. 정부는 국민이 스스로 건강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보다 좋은 환경을 만드는 노력을 하면서 자기 건강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는 사람을 끌어안고 고민해야 합니다. 이건희 회장의 건강을 왜 국가가 책임지고 걱정합니까? 자기 스스로의 건강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사람들을 끌어안고 총력전을 펼쳐도 될까 말까 한 것이 정부의 국민 건강에 관한 책임이에요.”

週 52시간 근무제는 자유경제주의 시장을 믿지 못한다는 말

  김인호 이사장과의 인터뷰는 막힘이 없이 계속됐다. 그의 경력이 말해주듯 오랜 경험과 지식으로 무장된 사람과의 인터뷰는 긴장되기 마련이지만, 김 이사장은 초등학생에게 설명하듯 쉽게 말을 이어갔다.
- 세월호 사태에 관한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제가 경험했던 것을 예를 들어 설명하겠습니다. 제가 25년 전에 철도청장을 했어요. 한 번은 충북에서 밤에 큰 사고가 났어요. 당연히 현장에 달려갔지. 그런데 현장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어요. 제가 철도전문가도 아니고. 매뉴얼에 의하면 대형사고가 생기면 관할 지방철도청장이 사고수습 책임자가 됩니다. 시설, 토목, 건설, 전기 등 각 파트에서 기술자들이 다 차출돼 참여하고, 이미 군복 입고 철모 쓰고 지방청장 지휘 하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어요.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수고하네, 잘 해 줘’하는 말 밖에 없어요. 그리고 빨리 현장에서 떠나야죠. 제가 있으면 제 시중드느라고 그 사람들이 일을 못해요. 일은 시스템으로 하는 것이고 대통령은 시스템을 만드는 사람입니다.”

- 문재인 대통령은 그 시스템, 잘 만들고 있습니까.
  “시스템은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나라 철도 역사가 130년입니다. 시스템을 만들고, 또 고치고, 점진적 개선을 하는 것이 자유주의 사상입니다. 하루아침에 이상사회가 실현되지 않습니다. 실현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사회주의자라고합니다. 칼 포퍼(K. Popper)는 ‘닫힌 사람들’이라고 했죠. 우리는 열린 사회를 지향해야 합니다. 의견을 모아 토론하고, 개선하고, 바꾸고, 그렇게 발전해 가는 겁니다. 물론 거기에 모이는 사람들 개개인은 완전하지 않지만, 그들의 자유로운 사고가 존중 되어야하는 겁니다. ‘대기업 이놈들 손 좀 봐야겠어’라는 전제를 깔고 시작하면 안 됩니다. 그런 시각으로 바라보면 사회의 문명이 깨지고, 그 피해는 모든 국민에게 가는 겁니다.”


- 좀 지엽적인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정부가 오는 7월1 일부터 시행하는 주 52시간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결국 시장을 믿지 못한다는 겁니다. 기업이나 산업이 다 천차만별인데 그런 일률적 잣대를 들이대면 안 되죠. 컨베이어 벨트에서 단순 노동을 하는 곳은 할 수 있죠. 사람을 더 쓰고, 3교대를 하고. IT, 전자하는 사람이 아이디어가 막 나오는데 근무 시간 끝났으니까 집에 가라고 하면 되겠습니까? 이미 그런 현상이 사방에 생기고 있습니다. 만약에 이것이 한국의 일반적 상황이 되면 어떻게 되죠? 망하는 거지 뭐. 한국의 첨단산업은 끝난 거지.”

- 기업들은 한탄하면서도 따라갑니다.
  “우리 헌법에 직업 선택의 자유가 있어요. 자유권은 헌법의 기본권 중 기본권이에요. 저는 이런 식 규제는 설사 법률로 정하더라도 위헌의 소지가 있다고 봅니다. 법률로도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해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주는 것 이상이 돼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하루에 16시간 몰아서 일하고 이튿날 쉬든지 하는 건 개인과 기업의 결정 영역이에요. 다 똑같이 하라고 하면 안 되지. ‘52시간 일하는 것은 인간적이 아니다’라는 생각인데. 예전에도 강제로 시켜서만 일을 많이 한 것은 아니잖아요. 먹고 살아야하니까, 스스로 잔업을 더 한 거예요. 생활수준이 높아지면 일반적으로 소득보다 여가를 선호하는 경향이 저절로 생겨요. 그렇게 되면 자연히 그렇게 가는 겁니다. 개인과 기업의 선택에 맡겨야 할 문제이지, 국가가 나서서 강제적으로 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큽니다.”

  김인호 이사장에게 문재인 정부 경제팀에 대해 조언을 해달라고 했다. 김 이사장은 “학생이 입학을 해야 교수가 가르치지…”라며 말을 이어갔다.

  “저는 저와 의견을 달리 하는 사람들의 글과 인터뷰를 유의해서 봅니다. 저와 생각을 달리 하는 사람들이 이 인터뷰를 좀 많이 봤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유럽의 속담 하나 인용하지요.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돼 있다.’ 어떤 정부든 선의를 가지고 정책을 펴지, 국민을 못 살게 하려고 하는 정부가 있겠습니까. 하지만 그 길이 개인과 시장의 자유를 막지 않는 길이어야 합니다. 개인과 시장의 영역에 국가가 관여하면 할수록, 결과는 의도했던 바와 정 반대로 나타납니다.”



■ 김인호
1942년생. 경기高ㆍ서울대 법대 졸업. 美 시라큐스大 맥스웰행정대학원 행정학 석사 / 경제기획원 차관보, 대외경제조정실장ㆍ환경처 차관ㆍ한국소비자보호원장ㆍ철도청장ㆍ 초대 장관급 공정거래위원장ㆍ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ㆍ국가경영전략연구원장ㆍ(재)중소기업연구원장ㆍ한국무역협회장 역임. 現 (재)시장경제연구원 이사장.
⊙저서 《경쟁이 꽃피는 경제》 《길을 두고, 왜 길 아닌 데로 가나》 《시장이 살아 숨 쉬는 경제, 창조적 기업이 샘 솟는 나라》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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